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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류샤오보(劉曉波), 개미 한 마리의 흐느낌 - 작은 발에게

by kimbook 2011. 12. 6.

개미 한 마리의 흐느낌 - 작은 발에게

 

류샤오보(劉曉波)

 

땅 밑의 씨앗은

아직 그대의 발자국을 기억한다

개미 한 마리의 흐느낌이 그대를 붙잡는다

발가락 사이에 낀 진흙에서

개미떼가 흩어질 때의 기억을 판별해낸다

그대는 호주머니를 더듬으며

그 설탕 덩이를 찾으려 한다

어린 시절은 이미 녹아내렸고

모든 날들은

무너진 개미굴처럼

의미심장하다

 

---류샤오보(劉曉波), 김영문, 내 사랑 샤에게, 글누림출판사(2010년 12월 24일)---

 

*"빛과 어둠의 구별이 어떻게

   나의 동공을 투과하여 드러나는지 모른다

   쇠녹의 자취 속에 앉아 나는 새벽이

   감옥 안 쇠고랑의 빛인지

   아니면 담장 밖 자연의 신인지 확정할 방법이 없다

   한낮의 배반은 오만한 태양으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한다"(새벽 - 샤(霞)에게 中)

 

   녹아내린 내 어린 시절이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단 한번의 실패도 없이

   전체적으로 실패한 내 인생도 의미심장하다.

 

*이 시집엔 '초콜렛'(80, 90, 91, 92, 184쪽)도 많고,

 '붓이 갑자기 꺽이'(44쪽)기도 하고,

  성(姓)을 간 '가프카'(125쪽)도 있고,

  차례 75쪽은 본문에는 76쪽이 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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