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는 아무도
김이듬
올해 막바지 팔에 금이 갔다
빙판에 미끄러졌나 보지
결국 그 선배 멱살을 잡았구나
친구들은 제각기 한마디씩 던지고
가만히 등 뒤로 와서 너는
자해한 거 아니냐며 킬킬거린다
얼마나 멋진 밤인가
어둡고 캄캄하고
우리는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은 욕망으로 가득 차서
구체관절인형을 가지고 놀듯 서로를 만지작거린다
---김이듬, 말할 수 없는 애인,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391, 문학과지성사(2011년 4월 5일)---
*킬킬거린다.
'너 말고는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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