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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박형진, 꼭 한 번은

by kimbook 2011. 12. 11.

꼭 한 번은

 

박형진

 

꼭 한 번은 콩밭에서 하고 싶어

칠칠이 우거진 콩밭 고랑

아내와 내가 김을 매다가

꼭 한 번은 콩밭에서 하고 싶어

나는 장난스레 옆구리를 찔렀네

우리 한번 하고 하자 응?

아내는 뚱한 표정

뭔 소린지 처음에는 몰랐나 봐

보는사람 없을 때 한 번만 응?

그제사 내 등을 꼬집으며 이 사람

미쳤어 미쳤어 한마디

하지만 나 어릴 적 어머니

저 밭뚝 감나무 그늘 밑 콩밭 매다 땀 들이실 때

아버지 옆에 앉아 다정하게 구셨다네

그래서 내가 생겼는지도  몰라

아마 그런 건지도 몰라

콩들도 낯 붉히며

우리도 어서 익자 어서 익자

지들끼리 속삭였는지도 몰라

 

---박형진, 콩밭에서, 가난한 농사꾼의 노래,(2011년 6월 27일)---…

 

*꼭 한 번은

 

 꼭 한 번은

 

 꼭 한 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