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번은
박형진
꼭 한 번은 콩밭에서 하고 싶어
칠칠이 우거진 콩밭 고랑
아내와 내가 김을 매다가
꼭 한 번은 콩밭에서 하고 싶어
나는 장난스레 옆구리를 찔렀네
우리 한번 하고 하자 응?
아내는 뚱한 표정
뭔 소린지 처음에는 몰랐나 봐
보는사람 없을 때 한 번만 응?
그제사 내 등을 꼬집으며 이 사람
미쳤어 미쳤어 한마디
하지만 나 어릴 적 어머니
저 밭뚝 감나무 그늘 밑 콩밭 매다 땀 들이실 때
아버지 옆에 앉아 다정하게 구셨다네
그래서 내가 생겼는지도 몰라
아마 그런 건지도 몰라
콩들도 낯 붉히며
우리도 어서 익자 어서 익자
지들끼리 속삭였는지도 몰라
---박형진, 콩밭에서, 가난한 농사꾼의 노래, 보리(2011년 6월 27일)---…
*꼭 한 번은
꼭 한 번은
꼭 한 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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