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
곽효환
때론 사랑이 시들해질 때가 있지
달력 그림 같은 창밖 풍경들도 이내 무료해지듯
경춘선 기차 객실에 나란히 앉아 재잘거리다
넓은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잠이 든 그 설렘도
덕수궁 돌담길 따라 걷던 끝날 것 같지 않은 그 떨림도
북촌마을 막다른 골목 가슴 터질듯 두근거리던 입맞춤도
그냥 지겨워질 때가 있지
그래서 보낸 사람이 있지
세월이 흘러 홀로 지나온 길을 남몰래 돌아보지
날은 어둡고 텅 빈 하늘 아래 드문드문 가로등불
오래된 성당 앞 가로수 길에 찬바람 불고
낙엽과 함께 뒹구는 당신 이름, 당신과의 날들
빛바랜 누런 털, 눈물 그렁그렁한 선한 눈망울
영화 속 늙은 소 같은 옛날 사람
시들하고 지겨웠던, 휴식이고 위로였던 그 이름
늘 내 안에 있던 당신
이제 눈물을 훔치며 무릎을 내미네
두근거림은 없어도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곽효환, 지도에 없는 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379, 문학과지성사(2010년 8월 20일)---
*옛날 사람,
오늘도 마음 속으로
날 버린 걸,
人生 최고의 성공이라고 생각하겠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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