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이기성
지상에 처음 태어난 바람처럼 너는 달아나고 있다
기다란 두 팔은 차가운 공기의 지느러미를 달고
어두운 가지 사이를 흐르고 흘러서
말라 강물이 반짝이는 정오를 지난다
거기, 천천히 쓰러지는 국도의 하얀 나무가 있고
유리 조각에 찔리면서 흩어지는 꽃잎의 숨소리가 있다
목덜미에 번지는 향기는 검은 벌레들의 한숨
너의 궁핍한 혀는 늙은 세계의 표정을 하염없이 핥는다
검은 성벽에 부딪쳐 박살 난 트럭
사내의 얼굴이 희게 굳어간다
---이기성, 타일의 모든 것, 문학과지성 시인선 385, 문학과지성사(2010년 10월 29일)---
*孤獨하다.
苦, 毒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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