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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주대, 태산(泰山)이시다

by kimbook 2013. 4. 9.

  태산(泰山)이시다

 

  김주대

 

         경비 아저씨가 먼저 인사를 건네셔서 죄송한 마음에 나

  중에는 내가 화장실에서든 어디서든 마주치기만 하면 얼른

  고개를 숙인 거라.  그래  그랬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우편함 배달물들을 2층  사무실까지 갖다 주기 시

  작하시데.  나대로는  또 그게 고맙고  해서 비 오는 날  뜨거

  운 물 부어  컵라면을 하나 갖다  드렸지 뭐.  그랬더니  글쎄

  시골서  올라온 거라며  이튿날 자두를 한 보따리 갖다 주시

  는 게 아닌가. 하이고, 참말로 갈수록 태산이시라.

 

---김주대, 그리움의 넓이, 창비시선 353, 창비(2012년 11월 26일)---

 

*내 이쁜 후배가 시집을 갔는데,

 아주 착한 몸매에도

 아들 둘을 얻은 거 있지.

 그런데, 이 후배가

 결혼 전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나를 몰래 만나고

.

.

.

.

.

.

.

있는 건 아니고,

명절 때마다,

'굴',

'김',

'유자차',

'어머니 화장품',

'과일',

또,

뭐,

뭐,

뭐.

 

고맙긴 한데

어머니의 부담이 점점 커지던 차에,

어머니 전재산 2만원 합쳐

詩集 몇 권 보냈더니,

'황금조기'가 되어 돌아왔더라는 이야기.

 

'갈수록 태산이시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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