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泰山)이시다
김주대
경비 아저씨가 먼저 인사를 건네셔서 죄송한 마음에 나
중에는 내가 화장실에서든 어디서든 마주치기만 하면 얼른고개를 숙인 거라. 그래 그랬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우편함 배달물들을 2층 사무실까지 갖다 주기 시
작하시데. 나대로는 또 그게 고맙고 해서 비 오는 날 뜨거
운 물 부어 컵라면을 하나 갖다 드렸지 뭐. 그랬더니 글쎄
시골서 올라온 거라며 이튿날 자두를 한 보따리 갖다 주시
는 게 아닌가. 하이고, 참말로 갈수록 태산이시라.
---김주대, 그리움의 넓이, 창비시선 353, 창비(2012년 11월 26일)---
*내 이쁜 후배가 시집을 갔는데,
아주 착한 몸매에도
아들 둘을 얻은 거 있지.
그런데, 이 후배가
결혼 전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나를 몰래 만나고
.
.
.
.
.
.
.
.
있는 건 아니고,
명절 때마다,
'굴',
'김',
'유자차',
'어머니 화장품',
'과일',
또,
뭐,
뭐,
뭐.
고맙긴 한데
어머니의 부담이 점점 커지던 차에,
어머니 전재산 2만원 합쳐
詩集 몇 권 보냈더니,
'황금조기'가 되어 돌아왔더라는 이야기.
'갈수록 태산이시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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