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바람꽃
김점용
애인이
다른 사람, 아니
다른 사람과 바람을 쐬러간다고
약간 더듬거리며 말했다
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잘 다녀오라고 했다
다다음 날 그녀는
바람꽃이 많이 피었더라며
꽃의 이름을 들려주었다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들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이름만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점용, 메롱메롱 은주, 문학과지성 시인선 383, 문학과지성사(2010년 10월 5일)---
*나는 '나도바람똥',
자기는 '너도 바람꽃'.
오호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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