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668 장정일, 개 개 장정일 코가 길고 귀가 껑충한 엄숙하고 예절바른 개들의 사회에서 함부로 으르렁대고 함부로 이빨을 드러내 보이고 함부로 짖고 물어뜯으며 함부로 씹하고 사생아를 낳고 하루 종일 놀고먹으며 빈둥대는 개를 가리켜 저 개는 인간 같이 더러운 성질을 가졌군 하고...... <나는 개를 좋아한다. '벤.. 2007. 6. 8. 윤중호, 고향길 外 1 고향 길1 윤중호(1956-2004) 산딸기가 무리져 익어가는 곳을 알고 있다. 찔레 새순을 먹던 산길과 삘기가 지천에 깔린 들길과 장마 진 뒤에, 아침 햇살처럼, 은피라미떼가 거슬러 오르던 물길을 알고 있다. 그 길을 알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넘실넘실 춤추는 꽃상여 타고 가시던 길, 뒷구리 가는 길, .. 2007. 6. 8. 송진권, 맹공이 울음소리 맹꽁이 울음소리 송진권 소란스레 후두둑 막 퍼붓다가 들이붓다가 흙탕물 이뤄 떠난 것들을 따라가지 못한 물방울들이 칭얼대며 머위 잎이나 오동나무 새순에 엉긴 밤이구요 똑똑 물방울 듣는 소리 사이사이로 듣는 저 소린 분명 맹꽁이 울음소리인데요 황소가 영각을 쓰며 벽을 들이받듯 세상의 옆.. 2007. 6. 8. 고진하, 그 남자가 오르던 키 큰 나무 그 남자가 오르던 키 큰 나무 고진하 모처럼 찾아온 머리칼이 반백인 친구는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푸념만 잔뜩 늘어놓고 갔다. 저 반백의 머리칼이 백발로 변해 갈 때 나도 그런 푸념 주절주절 늘어놓게 될까.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생의 미로 앞에서 어떤 나침반도 밝은 길눈이 되지 못하고 그렇다.. 2007. 6. 8. 이전 1 ··· 162 163 164 165 166 1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