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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668

허수경, 불을 들여다보다 불을 들여다보다 허수경 불을 먼 별 눈먼 별 들여다보듯 그렇게 들여다보다 저 고요 나는 어쩔 것인가 노을 속으로 끌려가는 새떼 바라보듯 그렇게 들여다보다 저 아우성 나는 어쩔 것인가 불속에서 마치 새 숲을 차린 듯 제집으로 돌아가는 늙은 양떼의 발목인듯 하얗게 숨을 죽여가는 저 나무들 나.. 2007. 6. 8.
반칠환, 봄 봄 반칠환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반칠환, 웃음의 힘, 시와시학사(2005년 9월 26일)--- *나도 저 요리사의 요리 재료가 되었으면 좋겠네. 봄, 봄, 봄, 내맘도 봄이.. 2007. 6. 8.
이상국, 봄나무 봄나무 이상국 나무는 몸이 아팠다 눈보라에 상처를 입은 곳이나 빗방울들에게 얻어맞앗던 곳들이 오래전부터 근지러웠다 땅속 깊은 곳을 오르내리며 겨우내 몸을 덥히던 물이 이제는 갑갑하다고 한사코 나가고 싶어하거나 살을 에는 바람과 외로움을 견디며 봄이 오면 정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 2007. 6. 8.
박주택, 이 비릿한 저녁의 물고기 이 비릿한 저녁의 물고기 박주택 바람의 배후에서 끈덕지게 남은 집들만이 창문에 힘을 모아 밖을 내다보고 있다 관을 닫으며 누군가 운다 ---박주택, 사막의 별 아래에서, 세계사시인선92, 세계사(1999년 8월 5일 초판)--- *이 시를 나는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끈덕지게' 남아야 '무슨 일'이든 할 게 아닌.. 2007.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