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668 고형렬, 매직아이를 열지마 매직아이를 열지 마 고형렬 물결 속에는 그녀가 숨어 있다 파란 눈빛으로 잠깐 나를 보고 사라진다, 잠시 매직아이는 그녀를 덮으며 다시 훗날 처음으로 돌아오라 한다 그 눈으로만 보자 한다 다시 오늘로 돌아오라 이른다 꽃이 필 때, 매직아이를 펼칠 때 바다를 건너오다가 눈 아파, 춘분날 내려다보.. 2007. 6. 9. 강은교, 너를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 2007. 6. 8. 이정록, 더딘 사랑 더딘 사랑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이정록, 의자, 문학과지성시인선 313, 문학과지성사(2006년 4월 24일 2쇄)--- *사랑은 더디지 않다. 한 번 지나면 그 모습을 오.. 2007. 6. 8. 손세실리아, 봉안터널 봉안터널 손세실리아 양평에서 강변북로로 빠지다 보면 협궤열차 같은 터널 다섯 개 잇달아 서 있다 살도 뼈도 내장까지도 다 긁어낸 산의 복부를 차례로 관통하면서 누군가에게 길을 터주는 일이란 저토록 말끔히 자신을 비워내는 일임을 잘린 뼈마디 끈적한 진물도 감추고 살아온 날.. 2007. 6. 8. 이전 1 ··· 160 161 162 163 164 165 166 1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