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단풍 아래
이홍섭
나는 불행하다
이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
앞산은 온통 붉게 물드는데
나는 여전히 푸르고
사랑하는 사람은 앞을 지나가지만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내 붉은 가슴을 열어 보인들
당신이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스스로 문을 연다는 정선 자개골, 그 골짜기
끝에 서 있는 청단풍 한 그루
나는 불행하다
이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
---이홍섭, 터미널, 문학동네 시인선 006, 문학동네(2011년 7월 28일)---
*무슨 말을 할려고?
나는 살아 있는 걸까?
生이 불쌍하다는 말,
그때 왜, 모르는 척 했을까?
결국 나는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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