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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이홍섭, 청단풍 아래

by kimbook 2012. 2. 23.

청단풍 아래

 

이홍섭

 

나는 불행하다

이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

 

앞산은 온통 붉게 물드는데

나는 여전히 푸르고

 

사랑하는 사람은 앞을 지나가지만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내 붉은 가슴을 열어 보인들

당신이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스스로 문을 연다는 정선 자개골, 그 골짜기

끝에 서 있는 청단풍 한 그루

 

나는 불행하다

이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

 

---이홍섭, 터미널, 문학동네 시인선 006, 문학동네(2011년 7월 28일)---

 

*무슨 말을 할려고?

 나는 살아 있는 걸까?

 

 生이 불쌍하다는 말,

 그때 왜, 모르는 척 했을까?

 

 결국 나는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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