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사람
김은영
어린 나무
가만 두면 자라서
낫자루 호미자루 도끼자루가 되고
지게 작대기 바지랑대도 되지
어린 나무
울타리도 되었다가
회초리도 되고
자라고 자라서
마침내
서까래가 되지
대들보가 되지
그 이름은 낱낱이 몰라도
사람들 더러운 숨 받아 먹으며
사람들 따뜻하게 해주고
사람들 배부르게 해주지
장승이 된 나무
책상 걸상이 된 나무
팔만 대장경이 된 나무
미륵 보살 반가사유상이 된 나무
그 이름은 몰라도
베이고 깎이는 아픔을 참고
사람을 깨우쳐 주지
사람의 마음 가꾸어 주지.
---김은영,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 창작과비평사(2003년 6월 16일, 초판 7쇄)---
*나는,
나무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