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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은영, 나무와 사람

by kimbook 2012. 8. 23.

나무와 사람

 

김은영

 

어린 나무

가만 두면 자라서

낫자루 호미자루 도끼자루가 되고

지게 작대기 바지랑대도 되지

 

어린 나무

울타리도 되었다가

회초리도 되고

자라고 자라서

마침내

서까래가 되지

대들보가 되지

 

그 이름은 낱낱이 몰라도

사람들 더러운 숨 받아 먹으며

사람들 따뜻하게 해주고

사람들 배부르게 해주지

 

장승이 된 나무

책상 걸상이 된 나무

팔만 대장경이 된 나무

미륵 보살 반가사유상이 된 나무

 

그 이름은 몰라도

베이고 깎이는 아픔을 참고

사람을 깨우쳐 주지

사람의 마음 가꾸어 주지.

 

---김은영,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 창작과비평사(2003년 6월 16일, 초판 7쇄)---

 

*나는,

 나무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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