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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668

방주현, 바위 바위 방주현 별이 되었을 거래요 천사가 됐을지도 모른대요 새로 태어났을 거라고도 해요 다 틀렸어요 언니는 바위가 됐어요 우리 가슴에 들어앉은 커다란 바위 ---방주현, 난다, 내가 왔다, 문학동네 동시집 76, 문학동네(초판, 2020년 2월 7일)--- *슬픔이 참, 큽니다. 2021. 3. 20.
박라연,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너무나 박라연 우리가 누린 적 있는 눈부신 시간들은 잠시 걸친 옷이나 구두, 가방이었을 것이나 눈부신 만큼 또 어쩔 수 없이 아팠을 것이나 한번쯤은 남루를 가릴 병풍이기도 했을 것이나 주인을 따라 늙어 이제 젊은 누구의 몸과 옷과 구두와 가방 아픔이 되었을 것이나 그 세월 사이로 새와 나비, 벌레의 시간을 날게 하거나 노래하게 하면서 이제 그 시간들마저 허락도 없이 데려가는 중일 것이나 ---박라연,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창비시선 419, 창비(초판 1쇄, 2018년 4월 13일)--- *참 많이도 왔구나. 오는 중에 먼저 헤어진 사람들.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 이제 나의 시간도 멀지 않는 곳에 있다. 2021. 2. 5.
권영상, 울지 마라, 울지 마라 울지 마라, 울지 마라 권영상 개울둑에 앉아 울고 있을 때 도깨비가 나를 다뜻이 껴안아 줬지. 울지 마라, 울지 마라. 엄마 보고 싶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니. 집으로 돌아올 때 그 도깨비 또 만났지. 내가 밟았던 풀잎을 하나하나 일으켜 세워 주며 울지 마라, 울지 마라, 달래고 있었지. ---권영상, 손지희, 도깨비가 없다고?, 사계절 동시집 17, 사계절(2019년 1월 31일, 1판 1쇄)--- *우와, 천사 도깨비다. 2021. 1. 16.
이성진, 좋은 배우 좋은 배우 이성진 서로가 측정되고 있는 낮 오랜만에 펜을 쥔 사내는 누워 있는 자신이 어색하다 목이 부러진 선풍기, 날벌레, 간접조명, 땀 냄새들 시간이 서사를 잃고 흘러가면 사내는 왠지 풍요롭다 흘러간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야기는 이야기 될수록 점점 더 외로워지고 사내는 홀로 남으려고 더욱 더 이야기 한다 없어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별을 노래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별을 보고 노래하는 사람들은 없다 누구나 신을 발음하지만 신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별과 신은 없지만 없어질 수 없다 펜을 아끼지 않고 거짓말에 대해, 그리고 거짓말에 대해, 추가해서 거짓말 에 대해 쓰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쓴다 그는 점점 사소해지고 복잡해진다 동굴 하나 갖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빛으로 가득 찬 동굴 다시 말하지만.. 2020.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