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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668

전성호, 12월 우포늪에서 12월, 우포늪에서 전성호 얼음빛에 고방오리들이 귀엽다 눈 감아 귀 열면 보이지 않던 철새들의 또다른 행로가 보인다 날개 가진 것들은 쇠잔한 몸 의지하며 종착지에 다다르고 서쪽 하늘 가물가물 떠나는 자들 누구인가 쉽게 떠날 수 있다는 것도 삶의 일부분인가 먼 산과 구름이 얼어붙은 늪가에서 .. 2007. 6. 9.
박라연, 들키다 들키다 박라연 철새 도래지에서 살얼음 걷듯 걸어갔는데 그저 눈빛 한번 보고 싶었을 뿐인데 거처를 밥을 버리고 사라져버린다 행복한 공양 시간을 폭격한 저격수가 된 것이다 천지가 빽빽한 이별이 진공이 되어 온몸을 휘감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백성처럼 많은 새들 중(中) 한 마리에게 꽁꽁 언 인연.. 2007. 6. 9.
이용한, 우체통 우체통 이용한 자고 나면 생이 슬퍼진다 쓸데없는 편지를 부치고 우체통처럼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세월은 우편배달부처럼 지나간다. ---이용한, 안녕, 후두둑 씨, 실천문학의 시집 161, 실천문학사(2006년 5월 30일)--- *아무런 편지도 부치지 못하고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세월은 우편배달부보다 빨리 지.. 2007. 6. 9.
이윤학, 오리 오리 이윤학 오리가 쑤시고 다니는 호수를 보고 있었지. 오리는 뭉툭한 부리로 호수를 쑤시고 있었지. 호수의 몸속 건더기를 집어삼키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을 쑤시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 위에 떠 있었지. 꼬리를 흔들며 갈퀴손으로 당신 마음을 긁어내고 있었지. 당신 마음이 너무 깊고 넓게 .. 2007. 6. 9.